[앵커]
벌레들의 습격이 시작됐습니다.
기후변화의 부메랑이 벌레떼의 급속한 번식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작은 곤충 한 마리가 차량 윤전자의 생명까지 위협할 정도가 됐습니다.
세계를 보다, 이솔 기자입니다.
[기자]
흑갈색 곤충 무리가 건물 외벽은 물론이고 길거리까지 까맣게 뒤덮었습니다.
[현장음]
"이거 진짜야? 말도 안 돼."
미국 네바다주에 출몰한 '몰몬 귀뚜라미'입니다. 보통 5, 6월 초여름에 등장하는데 지난해부터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차도까지 진출해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는 겁니다.
차들이 귀뚜라미를 밟아 으깨질 때마다 괴상한 소리가 나고 진물이 나와 도로를 미끄럽게 만듭니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자 현지 경찰 당국은 도로에 귀뚜라미 주의 표지판까지 세웠습니다.
[예레미아 무어 / 네바다 주민]
"(귀뚜라미 떼가) 도로 위에서 으깨지면 거의 기름 같아요. 한번은 이 교차로에서 집으로 향하던 중에 미끄러져서 옆 도랑에 빠졌어요."
올림픽 개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프랑스 파리는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케빈 메이그넌 / 파리 보건청 모기 감시팀]
"(양동이 물에) 모기 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실로 보낼 예정입니다."
주로 동남아에 서식하며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던 '아시아호랑이모기'가 최근 유럽에서 갑자기 급증한 겁니다.
지난해 유럽에서 발생한 뎅기열 감염 사례는 130건으로 2년 전과 비교해 80% 넘게 늘어났습니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닙니다.
일본 흰하루살이, 중국 흰개미 등 벌레들의 습격이 이어지고 있고, 우리나라는 대벌레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수목을 갉아 먹어 산림 피해 면적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선 최근 '군대 벌레'로 불리는 밤나방 애벌레가 떼를 지어 작물을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지난 달엔 축구장 558배 크기의 밭을 습격해 옥수수 등 농작물을 초토화시켰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상 고온 현상, 특히 겨울 기온 상승을 핵심 원인으로 꼽습니다.
[박선재 /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겨울에 (월동 개체들이) 어느 정도 폐사해야 개체수가 조절될 텐데 (기온 상승으로) 겨울에 잘 안 죽고 많이 살아남아서 많은 개체수가 봄 여름에 (발생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늘어난 곤충들이 인간의 일상생활은 물론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이솔입니다.
영상편집: 장세례
이솔 기자 2sol@ichannela.com